간병은 부재를 예감하는 일이다. 아픈 몸을 돌보는 손은 쉬이 고통에 전이되지만, 결코 타인과 같이 아플 수 없어 무력하다. 그래서 죽음은 어떠한 마음의 준비도 무화시킨다. 태구는 그 결과를 오래도록 예습해 온 사람 같다. 아내를 떠나보내고도 차분한 그는 딸 앞에서조차 흐트러지지 않는다. 다만 영화는 남자의 마음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길 기다리듯 생활 반경의 사물을 장애물처럼 보이게 한다. 열린 문과 투명한 창, 잘 닦인 거울이 슬픔을 받아 내는 그릇이 되어 배우 기주봉의 심도를 감당한다. (남선우) [2023년 24회 전주국제영화제]
2.7점
만점 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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