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산도 유일의 빵집, 청산빵굽네의 안주인 홍혜정씨(49)는 대구에서 시집 온, 여기 사람들 말로 ‘육지것’이다. 남편은 결혼 당시 홍혜정 씨 아버지의 유일한 반대사유였던 ‘섬놈’ 출신이었지만 빵 굽는 기술 하나는 출중해 고향 청산도에 들어와 빵집을 열었다. 그것도 팔순의 시아버지와 나이 40에 6세 지능을 가진 정신지체 시동생과 함께였다. 낯선 섬에서 생활한지 13년째 처음엔 텃세를 부리며 ‘세상물정 모르는 육지것’이라 말하던 이곳 섬사람들은 이제 홍혜정씨를 ‘청산도에 굴러들어온 복덩이’라 부른다. 그녀는 어떻게 청산도를 제 2의 고향으로 만들었을까?먼저 다가가서 웃고 정을 베푸니 마음을 열지 않는 이가 없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을 위해 반찬도 나누고, 인근 섬마을에 빵을 가득 싣고 봉사활동도 다닌다. 자신처럼 육지에서 온 미용실 언니, 청산도의 유일한 의사인 이강안 원장과 뜻을 맞춰 시작한 일이다. 여기에 빵집 운영도 똑 소리 나게 잘 해서 ‘미역 카스테라’, ‘청보리빵’ 등 청산도 특산품을 이용한 빵을 개발해 히트를 쳤다. 덕분에 청산도에서 생산하는 보리, 찹쌀은 모두 빵집에서 수매해 빵 재료로 사용된다. 최근엔 마을 노인들의 치매예방과 외지에서 온 이들의 빠른 정착 등을 위해 <달팽이 작은 마을학교]를 설립해 교장선생님으로도 활동 중이다. 게다가 섬에 들어와 얻은 늦둥이 아들 둘을 포함해 4명의 아들이 있으니, 청산도가 그녀에게는 복덩이 섬이 아닐까. 토박이와 외지인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청산도에서 마을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유쾌한 홍혜정 씨를 통해, 이 시대 고향의 모습과 마을 공동체의 의미를 추석을 맞아 다시 생각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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