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인 지원에게는 율리야라는 이름이 하나 더 있다. 그를 부르기 위해서는 편의상 하나의 이름을 선택해야 하는데, 친구 하늬는 지원을, 선우는 율리야를 선택한다. 그러나 이 선택은 비단 편의 때문만은 아니다. 하늬의 선택이 친구의 이질성을 감추기 위해서라면 선우의 선택은 율리야라는 이름이 가진 이질성에 기인한다. 언뜻 정반대처럼 보이는 이 선별의 행위는 사실 차별이라는 이름으로 맞닿아 있다. 다만 선우의 선별이 그 자체로 차별인 반면, 하늬의 선별은 친구를 염려하는 마음에서 비롯한다. 이는 곧 이들을 둘러싼 세상이 다름에 대한 폭력을 쉽게 행사한다는 뜻일 테다. 사실 ‘지원’과 ‘율리야’는 교과서 표지에 분명하게 쓰인 ‘지원/율리야’처럼 혹은 이 영화의 제목 ‘지원과 율리야’처럼 동일한 무게를 지닌 두 단어, 두 이름일 뿐이다. 세상은 이 두 이름 사이에 선을 긋고 다른 이름으로 호명하지만, ‘지원이자 율리야’는 친구 하늬와 함께 고려인 마을의 경계를, 지원과 율리야 사이를 넘나든다. (오유리) [2023년 제11회 디아스포라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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