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11월 18일, 16살의 멕시코 소년 크루즈가 멕시코 티후아나와 미국 샌디에이고 사이 산 이시드로 국경에서 사망했다. 그는 가지고 있던 두 병의 액체를 ‘사과 주스’라고 주장했고,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 직원들은 그 액체를 마시라고 지시했다. 크루즈는 네 모금의 액체를 마셨고, 경련과 함께 고통을 호소하다 결국 사망했다. 영화는 주인공 마누엘이 국경에서 액체를 마시는 순간 이후가 아니라, 그가 그 액체를 들고 국경으로 향하기 이전의 상황을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설득한다. 불포화용액처럼 그 어느 곳에도 섞이지 못하는 마누엘의 심리 상태를 통해,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청년들을 둘러싼 구조적 결함들을 비판한다. 크루즈가 사망한 이후, 그가 ‘사과 주스’라고 주장했던 두 병의 액체는 필로폰으로 밝혀졌다. 국적과 나이를 떠나 그의 행동은 분명 잘못되었고, 자국민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상황에서 관리들의 행동 역시 그 이유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 다만 영화에서 마누엘과 함께 밤거리를 따라 걷던 관객의 입장에서, 그의 발걸음을 돌릴 수 있었던 포인트가 분명 있었음을 거부하기 어렵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방법이 관용과 배려가 아니라 위협과 거래라고 주장하는 세상에서, 또 한 명의 마누엘이 어두운 거리를 홀로 쏘다니고 있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기형민) [제13회 디아스포라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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